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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내건강:

공자 <논어>

by 곽뀨 2022. 9. 8.


2천 년 이상 된 고전들이 대개 그렇듯 오랜 세월에 걸친 수많은 짜깁기를 통해 완성되어 왔다. 논어라는 책이 제작된 건 최소 세 차례, 수백 년간으로 보인다. 1세대 편집자는 중궁, 자유, 자하 등의 직계 제자, 2세대는 유자, 민자 등의 직계 제자, 3세대는 전국시대 맹자나 동시대, 혹은 맹자 사후의 제자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당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던 관이오에 대한 평가가 상론의 <팔일>과 하론의 <헌문>에서 다른 서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측할 수 있다. 이는 노나라와 제나라의 평가가 서로 나뉘었던 것이 통합되었다는 점에서 노논어와 제논 어를 모두 담게 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분서갱유 때 당연히 논어가 소실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논어의 원본이 뭔지는 알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분서갱유의 진짜 모습을 고려하면 그 때문에 원본을 알 수 없다는 말은 근거가 희박하다. 어찌 되었든 전한대에 이르러 논어 같은 고전이 원래 담고 있는 뜻이 무엇이었는지를 연구하는 학풍이 훈고학이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미 한나라 대에 세 가지 버전의 논어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지라 분서갱유 설은 설득력이 적다. 먼저 공자가 일생의 시작과 끝을 보낸 고국 노나라 옛 땅에 전해지던 텍스트(노논어)와 제나라 땅에서 별도로 전해지던 텍스트(제 논어), 그리고 한경제 때 곡부의 공자 생가를 허물다 벽에서 나온 텍스트(고 논어)가 그것이다. 현재 전해져 우리가 보는 논어는 전한의 장우(張禹)가 노논 어를 중심으로 하여 장구(章句)를 나누고, 제 논어의 내용을 첨가한 통합본이다. [11] 하안은 “제논 어는 문왕(問王), 지도(知道) 편이 있으니 노논 어보다 2편이 많다.”라고 했는데 최근 해혼 후 묘에서 지도(知道) 편으로 추정되는 죽간이 발견되었다. # 논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한나라 경제, 무제 연간이라고 하며, 후한에 이르러 현재와 같은 형태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한국에는 삼국시대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며, 3-4세기경 한성백제시대 목간에 5편인 공야장(公冶長) 편의 주요 내용이 기록되어 남아있다.


고대에는 책을 만드는 것이 지극히 어려웠다. 간독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자를 사용해서 내용을 극도로 축약하여, '꼭 필요한 공자 어록'만이 기록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자들은 일단 이를 '암기'한 다음 이에 대한 '해석'을 강론받는 방식으로 가르침을 전수했을 테지만, 문자는 간독으로 남아도 해석은 말이기 때문에 흩어져 없어지므로 후대에 주석으로 남은 부분을 제외하면 해석 부분이 소멸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해석을 구전의 영역의 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문자 기록만 남아있을 때보다 일정한 체계와 연속성이 있다면 구전이 더 정확하게 전달된다. 대표적인 예가 유대교의 토라와 선지서, 지혜서 등이다. 그 유명한 사해문서가 발견되고 많은 이들이 유대인이 구전에 의지하여 보존하던 경전이 오류투성이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천여 년이 지나도록 거의 비슷하게 보존한 사례만 보아도 그렇다.

그 외에도 플라톤의 대화편처럼 산문 혹은 대화 형식으로 연속된 하나의 글이 아니라 잡다한 짧은 글귀들의 모음집이라 여기저기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제자가 똑같은 개념에 대해 물었는데 다르게 답하기도 한다. 이는 그 제자의 성향에 맞게 설명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자가 제자들에게 생전에 한 말들을 제자들이 모아 편찬한 논어의 몇몇 구절은 배경지식이 없으면 곡해하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한다.


논어에서 뽑은 20가지 명언 명담
1. 닭을 잡는 데 어째 소를 잡는 큰 칼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일의 대소, 나라의 대소에 따라서 처리하는 인재도 적당하고 부적당한 자가 있다. -논어
2. 덕이 있는 자는 반드시 훌륭한 말을 한다. 그러나 입으로 훌륭한 말을 하는 자가 반드시 덕이 있는 자는 아니다. -논어
3. 덕(德)이 있으면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은 법이다. 반드시 공명하는 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만일 외롭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논어
4. 도(道)가 없는 나라에서 부하고 귀하게 되는 것은 사람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다. -논어
5. 도(道)가 행해지고 있는 사회라면 나와서 활동하겠지만 도가 없는 사회라면 오히려 숨어서 사는 것만 못하다. -논어
6. 도리에 맞는 말을 한다면 혹은 군자를 속일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도리에 벗어난 것으로 군자를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논어
7. 도리에 어긋나는 약속은 해서 안 된다. 그것은 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자(有子)가 한 말. -논어
8.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가르침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입에서 낼 때에는 참으로 납득한 것만으로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은 입 밖으로 내는 것을 삼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난을 적게 받게 되는 것이다. -논어
9. 가난하게 되면 세상을 원망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기 쉽다. 가난한 경우에 있더라도 원망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부자가 되어서 교만을 억제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논어
10. 가난한 자는 비굴하게 되기 쉽고 부자는 교만하기 쉽다. 가난해도 그 생을 즐기고 부자라도 예(禮), 즉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논어
11. 가령 반반한 판자를 굽은 판자 위에다 두게 되면 아래에 있는 굽은 판자도 반반하게 된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바른 자를 위에다 앉히면 백성이건 부하이건 스스로 바르게 되어 심복 하게 될 것이다. -논어
12. 가령 아침에 진실한 사람으로서의 도리(道理)를 듣고 이것을 체득했다면 저녁에 죽는다 하여도 조금도 후회하지 아니할 것이다. 인간의 삶의 태도, 살아가는 길을 아는 것이란 이처럼 중대한 것이다. -논어
13. 거친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살아도 즐거움은 그 속에 있는 것이다. 의롭지 않은 돈 많고 높은 벼슬 같은 것은 뜬 구름같이 내게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논어
14. 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라야 비로소 소나무와 전나무가 얼마나 푸르른가를 알 수가 있다. 사람도 큰 일을 당한 때에라야 그 진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논어
15. 계씨(季氏, 노나라의 大夫)는 지금 전유(전臾, 노나라의 속국)를 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말하지만, 실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나라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계씨 몸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화근은 내 몸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는 말. -논어
고(고, 제례에 쓰는 모서리가 난 그릇)에 모서리가 없으면 고라고 하겠는가. 어찌 고라고 하겠는가. 모서리가 나지 않은 그릇을 고라고 한다면 실물과 이름이 부합되지 않는다. 이처럼 임금이 임금의 도리를 잃고서도 임금이라 한다든지 신하가 신하 된 직분을 다하지 않고 신하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논어
곡식에는 싹이 트고서도 이삭을 내지 못하고 꽃을 피워 내지 못하는 것도 있고, 모처럼 이삭을 내고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열 살에 신동이라 불리던 사람도 삼십 세에 범인으로 끝나는 자도 있다. -논어
자가 조정에서 퇴궐하여 돌아오니 집의 마구간이 불에 타 있었다. 공자는 사람이 상하지 않았는가 만을 묻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공자의 제자가 한 말. -논어
공자가 하지 않은 일이 네 가지 있었다.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는데도 지레짐작으로 단정을 내리는 의(意), 자기 언행에 있어 반드시 틀림없다고 단정 내리는 필(必),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고(固), 매사를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아(我)이다. -논어
20. 공자는 낚시로는 물고기를 잡으셨으나 그물은 쓰지 않았고, 주살로서 새집에서 자는 새는 쏘아 잡지 않으셨다. 공자의 제자가 한 말.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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